• 2015.12
    ARCROM 뉴스레터 제16호
    • · 발행인:  서일원
    • · 편집인:  박기두, 정유진



■ 아트&컬쳐 > 예술이야기
나의 음악이야기
8회: 이것만 알면 3개월에 클래식 정복한다.
[연재 순서]
1회: 들어가면서
2회: 레퀴엠, 참을수 없는 죽음의 화려함
3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선율 I, 라 폴리아(La Folia)
4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선율 II, 그리고 타나토스의 매력
5회 :(쉬어가기) 사탕, 그 달콤한 유혹
6회: 숨어있는 주제 찾기: 바로크식 수수께끼와 변주곡의 이해
7회: (쉬어가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vs 이것은 it Bag이다.
8회: 이것만 알면 3개월에 클래식 정복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클래식은 전혀 어렵지 않다. 우리가 대중음악을 듣고 흥얼거리듯 클래식 음악은 당시의 대중음악(부르주아지들에게)일 뿐이다. 현대의 사람들이 당시 사람들의 지능보다 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클래식을 어려워한다. 주변에서는 클래식을 듣고 싶은데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란 질문도 많이 받는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번 회에서는 간단한 꿀팁을 소개한다. 필자 역시 오랫동안 접해오긴 했으나 그저 유명 사이트에서 ‘필청 음반’이라고 추천하는 음반을 듣거나(왜 좋은지도 모른 채) 유명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공연을 간다던가 하는 게 고작이었다. 아마 대부분이 그러리라 생각된다. 그러다가 전문가 수준의 클래식 애호가들과 자리를 함께 할 자리가 있었는데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된 적이 있다. 분명 나도 본 공연이었고 어려운 전문용어가 남발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도저히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자존심이 확 상해서 숨겨진 무림의 고수 지인에게 비법을 물었다. 어떻게 들어야 하냐고.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매일 들어 100번을 채워라. 이것이 1단계. 클래식 음악의 특징에 대한 지인의 압축 강의가 2단계. 그리고 다시 베토벤 5번을 50번 듣기가 마지막 단계. 이것만 하면 클래식의 90%가 해결된단다. 그 다음부턴 가지치기를 하면 되는 거라고. 단, 주의할 점은 매일 빼먹지 않고 들을 것. 들을 땐 딴짓 말고 집중할 것.

 

베토벤 5번을 언제 들었더라 싶었다. 빠바바밤~ 운명의 동기로 시작되는 너무나 유명한 곡인 까닭에 정작 잘 듣지 않게 되고 뭐 좀 듣네~ 하는 어려운 곡들 위주로 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무난한 카라얀 – 베를린 필의 연주로 매일 3번씩 듣기 시작했다. 4악장이 고작 30분밖에 안되기 때문에 의외로 손쉬울 줄 알았는데, 토요일도 일요일도, 공휴일도 빼먹지 않고 듣는다는 건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 보니 100번이 아니라 약 150번 정도 듣게 되었다.

 

베토벤 5번은 고전음악의 틀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주제 멜로디도 익숙하여 듣는 연습에 최적인 곡이다. 게다가 ‘너무 들이대는’ 작곡가의 특성상, 제1주제, 제2주제, 재현부, 발전부, 코다 등 구성이 바뀔 때마다 정확히 쉬어주는 배려로, 악보를 보지 않고도 형식을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의외로 클래식 고수라는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이 주제 선율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도 의외였다.

 

1, 4악장의 소나타, 2악장의 변주, 3악장의 무곡 형식에 익숙해지도록 한 50번쯤 듣고 난 뒤에는 관심 포인트를 변경하면서 들으면 된다. 한번은 악기 쓰임에, 한번은 선율에, 화성 붙임에 등등 주관심 포인트를 변경하다 보면 이전엔 몰랐던 부분에서 새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서양음악 들을 때의 기본 사항. 즉, 낮은 성부에 집중하기.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간의 귀는 고역의 멜로디에만 신경 쓰게 되므로 태생적으로 다성음악인 클래식의 묘미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은 아니지만 똑 같은 연주를 100번쯤 듣다 보면 우리 뇌는 선율에 익숙해진다. 이와 비슷한 뇌 공부법을 알려주는 책도 있었던 듯 하다. 동일한 행동을 21일간 계속하면 뇌가 거기에 익숙해진다고. 그러니 하루에 2-3번씩 약 한두달 동안 매일 동일한 선율을 들었으니 자연스럽게 한 악장을 흥얼거릴 수 있다. 심지어는 머리 속으로 1악장부터 4악장까지 테이프 돌리듯 흥얼거릴 수도 있다. 아쉽게도 본 고에서는 베토벤 5번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전체적인 숲을 볼 수 있는 고수의 강의를 소개할 수 없지만, 분명히 귀가 틔었음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늘 듣던 음반이 아닌 다른 연주를 들어보면 연주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질텐데, 누구의 연주는 리듬이 어떻고, 누구의 연주는 이 부분에서 좀 더 쉬어주고 어떤 연주는 전체적인 앙상블이 훌륭하고 어떤 연주는 거칠지만 몰아치는 힘이 어떤지 등등을 평론가가 아닌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된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예전에는 유명하다고 해서 그냥 선택했던 음반이었다면 이제는 이 부분은 이래서 좋고 저 부분은 저래서 아쉽다라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힘이 길러졌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당신은 이미 고수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기본을 익혔다면 그 다음부터는 말 그대로 가지치기다. 복잡하게 보일지라도 그저 작곡가들이 나열을 더 하고 형식을 조금 꼬았을 뿐이다. 그리고 많이 들어서 곡이 익숙해지면 된다. ‘느림의 미학’이라고 이야기되는 첼리비다케 옹의 ‘느림 속의 리듬감’도 느껴질 때도 올 것이다.

 

어느덧 한 해가 또 지나간다. 가는 해에 대한 긴 아쉬움 대신 시 한편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녁에

-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모두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길 바래봅니다. :-) 



박정은
박사
K-water연구원 수자원연구소